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20대의 예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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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식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20대의 예쁨

by 스토리초록별 2023. 6. 9.

오랜만에 옛날 앨범을 펼쳐보았다. 처음엔 사진첩을 정리하려고 시작한 일인데 나도 모르게 한없이 바라보며 왠지 그리움으로 마음의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두고두고기억하고싶은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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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예쁨

그때는 몰랐다.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하면서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자주 입던 옷들이 작아 입지 못할 때의 속상함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다이어트가 쉬운 것도 아니니 말이다. 유독 나는 먹는 걸 좋아한다. 학창 시절엔 용돈이 많지 않아 먹고 싶은 걸 다 먹지 못했다. 먹고 싶어도 참는 게 더 익숙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남편이 성실하게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내가 좋아하던 간식들을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학창 시절 보다 살이 쪘다. 매일매일 학교 가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그렇게 출산 후 늘어난 몸무게는 힘든 육아에도 저울의 숫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이 항상 뚱뚱하다고 느꼈다. 그런 부족한 자신감때문에 나는 사진도 많이 남기지 못했다. 누군가 말하지 않는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시절이라는 말을 이제야 나 스스로 느낀다. 그때는 살 빼면 예쁜 원피도 입을 거야. 살빼면 사진도 많이 찍을 거야. 생각하며 내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길을 가다 젊은 엄마들을 보면 나 때도 저렇게 보였겠구나. 저런 모습을 하고 있었겠구나 참 이쁘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저들은 자신의 예쁨을 알까?. 나도 그때는 몰랐다. 이제야 앨범을 정리하다 아이엄마였지만 20대 예쁨이 사진 속에 그대로 담겨 있는 걸 보고 나도 저 날 엔 참 예뻤구나 하는 생각과 그 모습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어 진다.

만땅 주유소 맞은 편 참 따뜻했던 집

나는 버스도 많지 않은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엄마가 마련해 주신 이리시내 아파트로 나와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고 할머니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은 할머니는 우리를 따라 함께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렇게 난생처음 도시생활을 하게 되었다. 엄마는 우리가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이 집을 마련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일찍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같이 간 친구와는 반이 떨어져 조금 외롭게 학교를 다니게 생겼다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순수한 친구들을 만나 친해지게 되었다. 그 친구 중 진유라는 친구는 도시와 가까운 산 속 주택에 살았다. 나는 집에 와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다 보니 매일 그 친구집에 놀러 갔다. 진유부모님은 언제나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셨다.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우리를 챙겨주셨다. 할머니와 살던 난 조금 자유롭게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5명의 친구들은 거의 매일 모여서 유정이 집 먹거리를 모두 먹어치울 정도로 매일 출근을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일주일에 한번씩은 친구 엄마는 쌀을 사야했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런것도 모르고 추억을 만들자며 어색한 화장을 하고 버스를 타고 1시간이 넘는 아이스링크장에 가서 엉덩방아를 찧며 신나게 놀고왔 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름대로 멋을 부린 우리였지만 사진속 우리들은 서튼 화장에 어른스러워 보이기 위해 입은 옷들이 얼마나 어색한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어느 날은 친구집 앞마당에서 친구 아빠가 준비해 주신 캠프파이어를 했고 무엇이 그렇게도 좋았는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밤새도록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산속에 연기가 피어오르니 누군가 불이 났다고 신고를 하는 바람에 정신없이 불을 꼈다. 다행히 소방차는 출동하지 않았다. 그땐 우리가 크면 무엇이 될 것인지 각자의 꿈을 이야기하며 꼭 그렇게 되자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때 사진을 지금도 보고 있으면 참 그립다. 참 그때가 좋았다는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을 지금은 내가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요즘은 가끔 옛날에 좋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현재의 내 모습도 만족스럽지만 학창 시절에 경험한 추억들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우리 친구들은 다 다른 도시에 살고 있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자기만의 시간을 내는 것도 여간 힘든일이 아닐것이다. 가끔 친구들과 통화를 하게 되면 내는 그때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있다. 농담도 웃음도 행동도 나도 모르게 그때의 우리들의 대화를 하고있다. 여전히 그때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나는 참 좋다. 친구들아 우리 이제 자주 만나자.

환상의 나라로

어린이날이면 네 자매와 조카들은 에버랜드로 출동한다. 아이들을 위한 환상의 나라로 가는 놀이동산이지만 아마도 우리 네 자매가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사파리를 보기 위해 1시간 넘게 줄 서 기다리다 만나는 동물들은 아이들보다 내가 더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한다. 이곳까지 왔으니 청룡열차는 기본으로 타야했고, 솜사탕과 추러스는 아이들 필수 먹거리 아이템이며, 물개공연, 펭귄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달리기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그렇게 만나 생생한 현장 동물공연을 보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귀여운 동물들과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정말로 에버랜드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날이 날인만큼 전국어린이가 다 모였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동하는데도 사람들 틈에 끼어 이동할 정도로 사람이 많지만 그곳을 매년마다 찾아가는 열성은 아마도 내가 더 즐겼던 건 아닐까 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아이들을 키우며 답답했던 네 자매들은 에버랜드 동화 속에서 살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어린이날이면 그 큰 정원에 핀 튤립을보며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은 지금도 내 마음에 설렘을 준다. 기다려야만 누릴 수 있는 많은 놀이기구지만 그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던 그때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린다. 유치원 때 다니던 놀이동산을 어느덧 커서 이모부와 티익스프레스를 타는 걸 보고 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느새 이렇게 자랐단 말인가? 지금도 가끔 아이들과 에버랜드하면 생각나는 티익스프스 열차를 탔던 이야기를 시작하면 우리 가족은 흥분되기 시작한다. 정말로 끝내준다고, 그리고 엄청 무서웠다고, 이제는 못 탈 것 같다고 말하며 그때 느꼈던 기분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 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아이들이 몸으로 경험하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싫다고 하기보다는 호기심에 다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참 뿌듯함을 느꼈다. 지금도 종종 우리는 에버랜드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곤 한다. 모두가 하나같이 즐거웠던 그 추억을 나는 두구 두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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